영화 ‘해리포터’를 통해 본 영국 A-Level 프로그램

2년간 미래 전공과목 공부… 수료 후 英명문대 입학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그리고 대학 4년이란 학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유사한 시스템의 미국식 학제가 익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지기에 영국식 학제를 얘기할 때 등장하는 GCSE나 A-Level등은 이름만 들어도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어쩌면 또래의 학생들은 쉽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차례로 읽으며 성장한 학생들 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영국의 학제 시스템과 학생들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다. 해리와 그 친구들이 다니는 마법학교 호그와트는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가을부터 초여름까지 공부하는 영국의 사립학교이다. 해리는 초등교육을 막 끝내고 중등 교육을 받으러 호그와트 학교에 신입생으로 입학한 뒤 해마다 학년별로 요구되는 교육 과제를 공부한다. 해마다 겪는 놀라운 모험 이야기의 기저에는 해리가 배우는 영국 중등교육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국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12학년이 아닌 13학년까지 중등교육을 받는다. 만 16세까지는 의무교육이고 그 뒤엔 대학진학을 할 것인지, 직업 교육을 받고 일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10학년과 11학년 2년동안 8~10과목 정도의 학과목을 공부하고 그 결과를 받아보는 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 과정은 바로 학생이 중등교육과정을 마쳤다는 증명서가 된다. 소설에서 해리와 그 친구들도 마법사가 되기 위한 중등과정 교육을 마치고 방학 내내 시험 성적이 어찌 나올지 전전긍긍하며 기다렸다. 이 시험 결과에 따라 자신이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직업과 관련한 상위 과정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나쁜 마법사를 퇴치하는 오러가 되고 싶어진 해리도 필수과목 점수가 어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이다.

그 상위과정이 바로 A-level이다. GCE-A Level(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 Level) 또는 그냥 A level이라고 불리는 이 2년제 상위과정은 중등 교육과정이 보다 심화된 또는 고급화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교 1학년 과정을 미리 공부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영국은 대학이 3년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래에 비즈니스를 전공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수학·통계학·경영학 등을 선택할 것이고, 법대에 진학하고 싶다면 당연히 법학을 첫 번째로 선택할 것이다.

▲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 조선일보 DB

영국 대학들은 강의식 수업보다는 학생 각자가 주어진 과제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그 원리를 각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학제를 운영한다. 따라서 미리 중등교육과정에서 이런 준비와 훈련을 마치고 오길 바란다. 따라서 A-level 과정은 1년이 3학기로 이루어진 영국에서 2년간 자신의 미래 전공과 직업에 관련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첫 해에는 4~5개의 AS(Advanced Subsidiary) 단계 과목들을 신청하며, 둘째 해에는 AS의 같은 과목에서 3~4 개의 A2 과목들을 중점 학과목으로 선택해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그 결과를 학기 중의 수행평가나 과제 제출, 그리고 에세이 등을 통해 평가받은 뒤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하게 된다.

물론 한국학생이 영국 대학으로 진학하는데는 A-Level 2년 과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를 이미 졸업했다면 1년 과정의 Foundation 과정을 통해 대학 교육에 필요한 준비와 훈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의대나 약대, 수의학대, 법대, 공대등의 대학이나 Oxbridge로 알려져 있는 영국의 양대 명문대학인 옥스포드, 캠브리지, LSE 등에 입학하기 위해선 반드시 A-Level을 마쳐야 한다. 또, A~E까지 있는 통과 등급 중 상위 등급을 받아야 한다. 즉 3과목 다 A를 받아 AAA라거나 두 과목 A에 한과목 B를 받아 AAB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입학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A-Level 학교마다 개설된 학과목이 다르므로 자신이 전공하고자 하는 학과목이 개설돼 있는지 알아보고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 경영학을 전공할 학생이라면 회계, 경영, 컴퓨터, 영문학, 통계학, 경제, 수학, 정보 기술, 대중매체학, 사회학 등이 개설돼 있는지 확인하고 학교를 선택하면 된다.

A-Level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조건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IELTS 5.5이상 혹은 토플 IBT 테스트 72점 이상 또는 각 학교 기준의 시험 테스트, 한국 학교 성적과 영어 인터뷰를 통과한 학생이라면 입학지원을 할 수 있다.

A-Level 프로그램을 마친 많은 국제학생들이 옥스브릿즈(옥스포드+캠브리지)를 비롯한 명문 영국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고 있어 이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

대원외고를 다니다 영국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는 A-Level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사실를 알고는 서둘러 A-Level 학교로 유학을 떠난 노윤지 양은 A-Level 프로그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영국 런던정경대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에 진학했다.

영국 A-Level을 마치고 거꾸로 한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사례도 종종 찾을 수 있다. 전공에 대한 심도깊은 학업이 진행되는 영국 A-Level의 특징상, 한국 대학의 신입생이 아닌 1학년 2학기로 편입을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특정부분에 강한 대학인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의 대학은 영국 A-Level의 과목 점수를 높이 인정하고 있다.

북미권 고등학교가 대세인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권의 고등학교, A-Level과 IB디플로마 학교에서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위한 전략을 세워 볼 때이다.

2009.09.30 16:16?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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