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자 급증…주정부 비자 획득 ‘쉽네’
호주 이민이 크게 늘고 있다. 호주 이민국에 따르면 2001~02년 2044명이던 것이 2005~06년 4021명으로 갑절이나 불어났다. 그 이전 해인 2004~05년에 비해서도 18.4%나 늘었다. 국민이주공사의 김지영 사장은 “호주가 이민 자격을 완화한 2003년 이전에 비해 신청자가 4~5배 정도 많아졌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4년 체재 후 영주권 발급
호주와 뉴질랜드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이민 대상국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거주 환경, 저렴한 생활비, 잘 갖춰진 교육 인프라와 복지 정책 같은 장점이 많은 한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주의 경우 2003년 법개정을 통해 해외 이민의 문호를 이전에 비해 개방한 이후 이민 신청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자의 자격 기준을 완화했다고 하지만 아무나 호주나 뉴질랜드로 보금자리를 옮길 수는 없다. 한국에서 살아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부와 교육,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이주공사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투자나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호주는 사업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쉽게 주지 않는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처음부터 영주권을 부여하지만 사업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엔 일정 기간 호주에서 생활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할 뿐이다. 영주권은 비자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호주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람에 한해 주어진다.
사업 비자와 투자 비자는 각각 2종류의 형태가 있다. 중앙정부가 발급하는 것과 지방정부(주정부)가 발급하는 것이 그것이다. 호주 정부가 비자 발급 기관을 2곳으로 구분한 것은 2003년 이민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주정부의 비자 발급 기준을 중앙정부보다 낮춰 인구 분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최근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주정부 비자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한인들의 거주지역도 시드니 위주에서 멜버른 브리즈먼 등으로 분산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기준은 비자별로 차이가 나지만 몇 가지는 동일하다. 우선 두 가지 형태 모두 자녀의 공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4년 만기인 비자가 만료된 후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점도 같다. 영어 능력은 중앙정부가 IELTS 점수 5.0 이상을 요구하는 반면 주정부는 영어 점수가 필요 없다. 신청자 연령 제한은 중앙정부가 45세 이하, 주정부가 55세 이하다.
사업 비자에는 사업주 비자, 고위간부 비자가 있다. 사업주 비자는 사업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발급된다. 중앙정부의 사업주 비자(160 비자)는 최근 4년 중 2년 이상 자산 규모가 20만 호주 달러(1호주 달러=약 735원. 3월 8일 기준) 상당의 사업체를 소유했으며 이 사업체의 매출이 연간 50만 호주 달러 이상이어야 발급된다. 신청자의 개인 자산과 사업체 자산의 합인 순자산도 50만 호주 달러를 넘겨야 하다.
주정부의 사업주 비자(163 비자) 기준은 이보다 낮다. 일단 신청자 연령이 55세까지 허용된다. 사업체 자산 기준도 없다. 사업체 연간 매출 기준과 순자산도 각각 30만 달러와 25만 달러로 적다. 사업체 경영 경력이 없더라도 직장에서 차장급 경력이 4년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고위간부 비자는 중앙정부에선 45세 미만으로 최근 4년간 2년을 연매출 5000만 호주 달러 이상인 사업체의 서열 3위급의 간부를 대상으로 발급된다. 순자산도 50만 호주 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주정부에선 55세 미만, 사업체 연매출 1000만 호주 달러 이상 사업체의 서열 3위급 간부, 순자산 25만 달러 이상인 사람에게 발급된다.
투자 비자 역시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기준이 다르다. 먼저 투자 경력. 중앙정부는 150만 달러 이상의 투자 경력을 요구하지만 주정부는 본인과 배우자를 합해 75만 호주 달러 이상이면 된다. 신청자의 현재 자산 규모도 차이가 난다. 중앙정부는 225만 호주 달러를, 주정부는 112만5000 호주 달러를 기준으로 삼는다.
투자 비자는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호주 정부가 정한 채권에 투자해야 한다. 중앙정부 비자는 150만 호주 달러를, 주정부 비자는 75만 호주 달러를 호주 주정부의 국공채에 4년간 투자해야 한다.
뉴질랜드의 이민 기준은 2005년 새로운 이민법이 발효되면서 대단히 까다로워졌다. 전반적으로 호주보다 비자를 받기 어렵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투자 이민의 경우 200만 뉴질랜드 달러(1뉴질랜드 달러=약 644원. 3월 8일 기준) 이상이어야 한다. 원화로 따지면 호주 주정부의 기준인 5억5000만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2억90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투자 기간도 5년으로 호주보다 길고 신청 연령은 54세 미만으로 호주보다 낮다. 장기 사업 비자의 경우에는 자세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 두 비자 모두 자녀들의 공교육을 지원한다.
상당수가 교육 목적 이민
호주에 투자 및 사업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 가운데 거절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 허가를 받는다. 호주 뉴질랜드 유학 기업이주의 이성국 사장은 “대기업의 중간 간부나 한국에서 자영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비자를 받고 있다”며 “처음부터 전문적인 대행사와 함께 수속을 진행하는 것도 발급률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뉴질랜드의 경우엔 이민법이 강화되면서 신청자가 급속히 줄어든 상태다.
사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비자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면 한국에서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민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녀의 교육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질 좋은 공교육을 고등학교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것. 특히 호주의 경우 주요 대학들이 모두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어 교육을 염두에 두고 있는 신청자들은 뉴질랜드보다 호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호주에서 영어를 습득한 후 미국의 명문대학 진학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호주에서 영주권을 얻어 정착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현지의 높은 금리 역시 매력적이다. 국공채의 금리가 6%대여서 4%에 그치는 국내 국공채 금리보다 높다. 150만 호주 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1년간 6600만 원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월평균 550만 원 정도다. 호주의 물가가 싸기 때문에 이 정도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기에 자녀들 교육 걱정이 없으니 금상첨화라는 얘기다.
3억~4억 원 정도면 괜찮은 지역에 대지 200평, 건평 100평 정도의 신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데 장기 모기지론을 이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업 비자를 얻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종은 대개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영업이다. 슈퍼마켓이나 세탁소, 식당 등을 운영한다. 점포 임대료는 25만~40만 호주 달러(2억~3억 원) 정도다. 한인들끼리 점포를 거래하다 보니 한국식의 권리금이 붙은 가격이다. 현지인들의 점포에 입주한다면 이보다 싼 가격에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건물주들이 영주권자가 아니면 임대를 피하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는 없다. 호주에서는 보통 5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으로 2억~3억 원 정도면 괜찮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섣불리 결정하지는 말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김지영 사장은 “점포 거래는 대개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주 일어나는데 이때가 가장 비싸다”며 “권리금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장은 “현지에서 법률, 회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며 “자문 비용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사업 이민을 고려한다면 현지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한인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 게다가 뉴질랜드 한인 경기가 악화되자 영어가 자유로운 뉴질랜드 영주권자들이 호주로 넘어오면서 사업 환경이 더욱 어려워졌다. 중국인들도 위협 대상이다. 한국인 이민자보다 월등히 앞선 자금력을 내세워 상권을 휘젓고 있다는 전언이다.